첨성대의 비밀

별이 노래하는 탑
362 — 27 — 12 — ♪ ♫ ♬
↓ 스크롤하여 이야기 시작
등장인물
별을 듣는 사람들
🎤

김지원 (12세)

누나 · K-Pop 덕후 · 관찰력

걸그룹 NOVA의 열렬한 팬 — 뉴스타(NEWSTAR) 2년차. 노래하며 걷는 습관. 스마트폰에는 노래 앱 20개. 첨성대에서 음악의 비밀을 발견한다.

🎮

김지후 (10세)

동생 · 수학 천재 · 몬도감 마스터

숫자를 보면 뇌에 스위치가 켜진다. 크리처 수집 게임 '몬도감'의 마스터 컬렉터 — 387마리 몬(Mon)의 능력치와 진화 트리를 전부 외우고 있다. 첨성대의 숫자에서 음계의 비밀을 발견한 소년.

📷

김현우 (43세)

아빠 · 사진작가

건축과 역사를 사랑하는 사진작가. 걸그룹 NOVA의 뮤직비디오 촬영 팀에 우연히 합류하게 된다.

🌟

NOVA (노바, 20세)

6인조 걸그룹 NOVA 리더 · 메인 보컬

우주 탐험 콘셉트로 데뷔한 6인조 걸그룹 NOVA의 리더. 장르를 넘나드는 '믹스 팝'으로 팬덤 '뉴스타'를 사로잡았다. 첨성대에서 '별의 노래'를 찾아 뮤직비디오를 촬영 중이다.

🔭

최별님 (68세)

천문학자 · 첨성대 해설사

경주 출신 퇴직 천문학자. "돌은 기억한다"는 신념으로 첨성대를 지키는 자원봉사 해설사.

프롤로그
별을 따라서
경주 첨성대
경주 첨성대 —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천문대. 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 (7세기)

"별빛이 내린다, 빛이 춤을 춰 —"

김지원은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차 창밖을 보고 있었다. 걸그룹 NOVA의 신곡 'Starlight'. 멜론 일간 차트 1위를 3주째 사수 중인 곡이다.

"아빠, NOVA 내일 새 티저 공개한대! 첨성대에서 촬영했다는 거 알아?"

운전대를 잡은 아빠 김현우가 백미러로 지원을 봤다.

"첨성대? 우리 내일 가는 곳 아닌가?"

"그래! 첨성대! NOVA도 거기서 뮤직비디오 찍었대! 아, 진짜 운명이다!"

조수석에서 몬도감 앱으로 크리처 능력치를 비교하던 김지후가 고개를 들었다.

"누나, NOVA가 누군데?"

"뭐?! 너 아직도 몰라? 우주 탐험 콘셉트로 데뷔한 6인조 걸그룹 NOVA! 'Starlight', 'SUPERNOVA', 'ORBIT' — 셋 다 1위했어!"

"……아."

지후는 다시 몬도감 앱으로 고개를 묻었다. 387번째 몬을 아직 못 구했으니까. 하지만 지원의 흥분은 멈추지 않았다.

"근데 첨성대가 진짜 뭔데? 천문대라고 했잖아."

아빠가 말했다.

"1,400년 전 신라 시대에 지은 천문대야. 돌로 만든 탑인데, 거기서 별을 관측했어.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 기록이 남아 있어."

"와. 그럼 거기서 별을 봤다는 거야?"

"그렇지. 신라 사람들은 첨성대 위에서 올라가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했어. 농사 시기를 정하고, 나라의 큰일을 결정할 때 별의 움직임을 참고했고."

지원의 눈이 반짝였다. NOVA가 첨성대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별을 보는 탑…… NOVA가 거기서 노래하면 완벽하겠다."


경주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였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가족은 곧바로 첨성대로 향했다. 경주 시내 반경 1km 안에 첨성대, 대릉원, 국립박물관이 몰려 있었다. 걸어서 10분이면 닿았다.

첨성대가 보였을 때, 지원은 걸음을 멈췄다.

생각보다 작았다. 높이 약 9미터. 골목 끝에 둥근 탑이 서 있었다. 회색 돌들이 층층이 쌓여 올라간 구조.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곡선. 그리고 정상에는 네모난 돌들이 ㅁ자 모양으로 놓여 있었다.

"……예쁘다."

지원이 처음으로 NOVA 이야기 없이 한 말이었다.

지후는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첨성대 하단의 굵은 돌들. 중간의 벽돌 같은 돌들. 그리고 그 사이에 규칙적으로 배치된 숫자. 몬도감에서 진화 트리를 해독할 때와 같은 종류의 패턴이었다.

"누나."

"응?"

"저 돌, 몇 개인지 세어봐."

지원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첨성대의 기단부를 올려다봤다. 지후는 이미 세기 시작하고 있었다.

"일, 이, 삼, 사, 오……"

그리고 첨성대 주변에 안내판이 있었다. 거기엔 숫자가 적혀 있었다.

📝 첨성대 안내판 총 석재 수: 약 362개 층 수: 27층 정상 정자석: 12개 높이: 9.17m 건립 시기: 신라 선덕여왕 (재위 632~647년) 형태: 원통형 (하단 기단부는 방형)

지후가 안내판의 숫자를 노트에 적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362…… 1년은 365일인데."

"응, 3개가 모자라잖아."

"왜?"

그 순간, 첨성대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좋은 질문이야."

돌아보니, 흰 머리에 초록 조끼를 입은 할머니가 서 있었다. 조끼에는 '첨성대 자원봉사 해설사'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표는 최별님.

"3개의 돌은 사라진 게 아니야."

최별님 할머니가 미소 지었다.

"숨겨진 거지."


이 장의 과학 상식

첨성대는 신라 선덕여왕 때(7세기 중엽) 건립된 동양 최고(最古)의 현존 천문대입니다. 높이 9.17m, 약 362개의 화강암 석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단은 정사각형 기단부, 상단은 원통형 구조이며, 정상에는 12개의 정자석(井字石)이 井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1962년 국보 제31호로 지정되었습니다.

✏️ 확인해보자
첨성대는 몇 개의 돌로 만들어졌을까?
제1장
362개의 돌
안개 낀 아침의 첨성대
첨성대 전경 — 하단 방형 기단부와 상단 원통형 구조가 확인된다. 정상의 12 정자석이 井자 모양

"숨겨졌다니요?"

지후가 물었다. 최별님 할머니는 첨성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첨성대는 1년을 돌로 새긴 거야. 362개의 돌은 1년 362일을 뜻하지. 하지만 실제 1년은 365일이지. 3개가 모자라."

"그 3개는 어디 있어요?" 지원이 물었다.

"학자들도 오래된 의문이야. 어떤 사람은 원래 365개였는데 3개가 떨어져 나갔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362개였다고 해. 나는……"

할머니가 목소리를 낮췄다.

"처음부터 3개를 빼놓았다고 생각해. 일부러."

"왜요?"

"그건 이 돌탑이 무엇을 위해 세워졌는지를 알아야 해."

할머니가 기단부의 돌 하나를 가리켰다. 끝이 약간 깨진 낡은 돌이었다.

"너희, 첨성대가 별을 관측하는 곳이라는 건 알지?"

"네."

"그런데 단순히 별의 '위치'만 관측한 게 아니야."

할머니가 첨성대를 한 바퀴 돌았다. 지원과 지후도 따라 걸었다. 첨성대의 남쪽 면에는 ㅁ자 모양의 창이 있었다. 남북으로 뚫린 창.

"이 창을 통해 남쪽 하늘의 별을 봤어. 그리고 정상의 12개 돌 사이로 북극성을 관측했지. 하지만……"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둘을 바라봤다.

"이 탑은 별의 '위치'만 기록한 게 아니야. 별의 '소리'도 기록했어."

"별의…… 소리요?" 지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순간, 첨성대 뒤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 카메라 장비, 조명, 반사판.

"뭐야, 저거?"

지원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크게 벌어졌다.

첨성대 옆에 임시 텐트가 쳐져 있었다. 텐트 앞에는 'NOVA — Star Song MV 촬영 현장'이라는 팻말이.

"아…… 아…… 아빠!!"

지원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아빠 현우가 놀라서 달려왔다.

"뭐야, 왜 그래?"

"NOVA야! NOVA 여기 있어! 뮤직비디오 촬영 중이래!"

지원은 스마트폰을 꺼내 격하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지후는 한숨을 쉬었다. 최별님 할머니는 피식 웃었다.

"하필이면 오늘 왔네, 둘 다."

할머니의 말에는 무슨 뜻이 숨어 있었다. 지후는 그걸 눈치챘지만, 지원은 이미 NOVA 텐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지원아!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돼!" 아빠가 불렀다.

하지만 지원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이어폰에서 NOVA의 'Starlight'가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그때, 텐트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검은 머리에 은색 재킷. 키 큰 실루엣. 얼굴은 마스크로 반쯤 가려져 있었지만,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NOVA였다.


그리고 NOVA의 시선이 — 첨성대가 아니라, 지후의 손에 들린 노트를 향했다.

노트에는 크게 적혀 있었다.

📝 지후의 노트 (몬도감 스타일) No.??? 첨성대 — 타입: 빛/돌 HP: 362 (1년분 석재) 진화 단계: 27층 특수 능력: 12 정자석 = ??? ☆ → ♪ ? (별이 음표로?)

NOVA가 걸음을 멈추고, 지후를 — 정확히는 그 노트를 — 바라봤다.

그리고 마스크 너머로 작게 중얼거렸다.

"……너도 알고 있구나."


이 장의 과학·역사 상식

첨성대의 구조: 하단 기단부는 2단의 정사각형 돌로 이루어지며, 상부는 원통형으로 27층의 돌이 쌓여 있습니다. 정상에는 12개의 돌(정자석)이 井(우물 정)자 모양으로 놓여, 그 틈으로 하늘을 관측했습니다.

362개 석재: 학자들은 첨성대의 석재 수(362)가 1년(365일)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3개의 차이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존재하며, 아직 정설은 없습니다. 27층은 음양오행의 27수(宿)와 연관된다는 설도 있습니다.

🔍 단서
최별님 할머니가 "3개의 돌은 사라진 게 아니라 숨겨진 거지"라고 했어요. 3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2장
NOVA를 만나다

지원은 얼어붙었다.

NOVA가 — 진짜 NOVA가 — 3미터 앞에 서 있었다. 은색 재킷 위로 반짝이는 별 로고 — NOVA의 시그니처. 마스크를 벗자 드러난 얼굴은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더 작고, 더 인간적이었다.

"저…… 저…… NOVA……?"

지원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빠 현우가 뒤에서 잡아당기려 했지만, NOVA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

목소리가 — 노래로 듣던 것과 똑같았다. 부드럽고 약간 허스키한 톤. 지원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저기, 미안. 방금 저 꼬마 노트에 적힌 거 봤는데."

NOVA의 시선이 지후를 향했다. 지후는 당황해서 노트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아, 이거요? 그냥…… 숫자 적은 건데요."

"숫자. 362, 27, 12."

NOVA가 천천히 읊었다. 그리고 첨성대를 올려다봤다.

"나도 그 숫자를 찾고 있었어."

지원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찾고 있었다니요? 뭘요?"

NOVA가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겉표지에 'Star Song'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 신곡의 콘셉트야. '별의 노래'. 첨성대가 단순한 천문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 여기서 영감을 얻으려고 MV를 찍으러 온 거야."

"별의 노래?"

"응. 피타고라스라는 사람 알아? 고대 그리스 수학자."

지후가 끄덕였다. 직각삼각형의 빗변. a² + b² = c².

"피타고라스는 별이 움직이면서 소리를 낸다고 믿었어. '천체의 음악(Musica Universalis)'. 행성이 궤도를 돌 때 진동이 생기고, 그 진동이 주파수가 되어 음정이 만들어진다는 거야."

"와…… 그래서 첨성대에 그게 숨겨져 있다는 거예요?" 지원이 눈을 반짝였다.

NOVA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최별님 할머니를 바라봤다.

"최별님 선생님한테 들었어. 이 첨성대의 구조가 음악과 연결돼 있다고. 그래서 찾으러 온 거야."

최별님 할머니가 다가왔다.

"NOVA가 며칠 전부터 연락했어. '첨성대가 정말 별의 소리를 기록하고 있느냐'고. 나는 연구만 했지, 확신은 없었어. 하지만……"

할머니가 지후를 바라봤다.

"이 아이가 숫자를 세기 시작했을 때, 혹시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지후의 귀가 빨개졌다.

"저…… 저요?"

"너, 수학을 좋아하지?"

"……네."

"그리고 누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지원이 열심히 끄덕였다.

"NOVA 노래 전부 알아요! 'Starlight' 3주 1위! 'SUPERNOVA' 뮤직비디오 2천만 뷰!"

NOVA가 웃었다. 처음 보는 진짜 웃음이었다.

"고마워. 그럼, 도와줄래? 첨성대의 숫자를 음악으로 바꾸는 거."

지원과 지후는 동시에 끄덕였다.

아빠 현우가 뒤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혹시 저도 도움이 되려나요? 사진 작가거든요."

NOVA가 밝게 말했다.

"마침 잘됐네요. MV 촬영 감독한테 말할게요. 현장 촬영 보조로 합류하시죠."

아빠의 눈이 반짝였다. 지원은 거의 울 뻔했다.


그렇게 김지원·김지후 남매와 아빠 현우는, 걸그룹 NOVA의 첨성대 뮤직비디오 촬영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지원은 NOVA 옆을 걸으며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지후는 이미 노트를 펼치고 있었다.

첨성대의 27층. 하나하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27……"

지후가 중얼거렸다.

"이 숫자, 어디서 본 적 있는데."


이 장의 과학 상식

천체의 음악(Musica Universalis):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는 행성이 일정한 비율로 궤도를 돌 때 진동이 발생하여 음정이 만들어진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우주가 수학적 비율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상으로,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17세기)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대 과학에서는 실제로 별의 진동(stellar oscillation)을 관측합니다. 별표면학(asteroseismology)이라는 분야에서, 별이 맥동하면서 발생하는 주파수를 분석하여 별의 내부 구조를 연구합니다. 태양의 진동 주파수는 약 0.003~0.005Hz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역대(20~20,000Hz)를 낮추면 하나의 선율로 들을 수 있습니다.

✏️ 확인해보자
피타고라스가 믿었던 '천체의 음악(Musica Universalis)'이란 무엇일까요?
제3장
27층의 음계
첨성대 근접 사진
첨성대 탑신部 — 27층으로 구성된 원통형 탑신. 각 층마다 석재 수가 규칙적으로 변화한다

밤이 되었다.

첨성대 주변에 조명이 켜졌다. NOVA의 MV 팀이 야간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얀 조명이 첨성대를 비추자, 회색 돌들이 은빛으로 빛났다.

지후와 지원은 최별님 할머니와 함께 첨성대 기단부에 앉아 있었다. NOVA는 촬영 준비 중이었지만, 할머니의 이야기는 촬영보다 더 흥미로웠다.

"27이라는 숫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할머니가 물었다. 지후는 노트를 펼쳤다.

"1년은 365일. 365를 27로 나누면…… 13.5."

"반올림하면?"

"14."

"좋아.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자. 음악에서 27이 떠오르는 게 있을까?"

지원이 끼어들었다.

"음악? 음…… 건반 하나에 12개의 음이 있잖아. 도, 도#, 레, 레#, 미, 파, 파#, 솔, 솔#, 라, 라#, 시."

"맞아. 12음계. 그리고 건반 2옥타브는?"

"24."

"3옥타브는?"

"36."

지후가 말했다.

"27은 12 + 15. 또는…… 2옥타브(24) + 3."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3이라는 숫자가 또 나왔네. 362에서 3이 모자랐지? 27은 24 + 3이야."

지후의 동공이 움직였다. 무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잠깐. 12음계 × 2옥타브 = 24. 거기에 3을 더하면 27. 그 3은…… 빠진 돌 3개와 같은 3?"

"정답이야."

할머니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첨성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첨성대의 27층은 2옥타브(24음) + 여운음(3음)이야. 마지막 3개는 '쉼표'야. 음악에서 쉼표가 있어야 곡이 완성되듯이, 3개의 빈 칸이 있어야 멜로디가 완성되는 거야."

"그래서 3개의 돌을 일부러 안 놓은 거예요?" 지원이 물었다.

"그렇지. 365일 중 3일은 '쉬는 날'. 음악에서 쉼표. 천문학에서는……"

할머니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별이 보이지 않는 날이 3일. 흐린 날, 비 오는 날. 관측할 수 없는 날. 첨성대는 그 3일까지 계산에 넣은 거야."

지원의 입이 벌어졌다.

"와…… 1,40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고?"

"신라의 천문학자들은 천재였어. 단순히 숫자를 세는 게 아니라, 하늘의 리듬을 이해하고 있었지."

그때, 촬영 휴식 시간이 된 NOVA가 다가왔다. 지후의 노트를 들여다봤다.

"27층이 27개의 음이라면, 각 층마다 하나의 음이 배정된다는 뜻이야?"

지후가 끄덕였다.

"그럼 층수를 음표로 바꾸면 멜로디가 나올 수도 있어요."

NOVA의 눈이 빛났다.

"어떻게?"

"아직 모르겠어요. 근데 12 정자석이 12음계와 연결되면…… 그리고 각 층의 돌 수가 음의 '길이'를 나타낸다면……"

지후가 첨성대의 각 층을 올려다봤다. 조명 아래에서 돌의 층이 또렷하게 보였다.

"1층부터 27층까지. 각 층마다 돌 수가 달라요. 그 돌 수를 박자로 보면……"

지원이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 앱을 켰다.

"내가 층수를 불러줄게. 누나가 숫자 적어."

지후가 첨성대를 세기 시작했다. 아래서부터 위로. 1층, 2층, 3층……

그리고 각 층의 석재 수를 노트에 적어나갔다.

📝 첨성대 층별 석재 수 (기록) 1층: ▢▢▢▢▢▢▢▢▢▢ (10개) 2층: ▢▢▢▢▢▢▢▢▢ (9) 3층: ▢▢▢▢▢▢▢▢▢▢ (10) 4층: ▢▢▢▢▢▢▢▢▢ (9) ...패턴이 반복된다...

지후가 잠시 멈추더니 말했다.

"10, 9, 10, 9…… 이건 리듬이야."

NOVA가 숨을 들이켰다.

"10박자, 9박자, 10박자, 9박자…… 왈츠처럼 3박자 계열이 되겠네."

"10은 3+3+3+1. 9는 3+3+3."

"3박자가 기본이고, 10번째에 강세가 오는 거네."

NOVA가 수첩에 빠르게 적었다. 지원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것은 정말로 — 1,400년 전의 선율이었다.


이 장의 수학·음악 상식

12음계(반음계): 서양 음악에서 한 옥타브는 12개의 반음으로 나뉩니다 (도, 도#, 레, 레#, 미, 파, 파#, 솔, 솔#, 라, 라#, 시). 동양에서는 12율(十二律)이라 하여, 중국과 한국의 고대 음악 이론에서도 12개의 기본 음을 사용했습니다.

3박자와 리듬: 왈츠(3/4박자)는 가장 오래된 춤 음악 형식 중 하나입니다. 3박자의 반복 패턴은 자연의 리듬(심장 박동, 파도, 행성의 자전)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 수학 퀴즈
첨성대의 27층을 음악으로 해석하면? 12음계 × 2옥타브 = 24, 그렇다면 남은 3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 쉼표가 있어야 곡이 완성된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제4장
12정자석의 비밀

다음 날 아침.

NOVA의 촬영 팀은 오전 리허설 중이었다. 지원은 NOVA의 안무 연습을 구경하며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있었고, 지후는 최별님 할머니와 함께 첨성대 정상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래서 올려다본 첨성대 꼭대기. 네모난 돌 12개가 井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었다. 마치 우물의 테두리 같았다.

"저 12개의 돌이 정자석이야?"

"맞아. 井자 모양으로 놓여 있어서 정자석이라고 불려. 井은 '우물 정' 자야."

"왜 우물 모양이에요?"

"관측자가 저 돌 사이에 누워서 하늘을 봤기 때문이야. 우물처럼 둥글게 파인 공간에서 별을 올려다봤지."

지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12개. 12달, 12지, 12음계…… 전부 12예요?"

"그래. 12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숫자 중 하나야. 1년 12달, 시계 12시간, 황도 12궁, 12지신……"

"12음계도요?"

"응. 동양에는 12율(十二律)이 있어. 황종(黃鐘), 대려(大呂), 태주(太簇)…… 총 12개의 기본 음. 서양의 12반음계와 거의 일치해."

지후가 노트를 꺼내 12율을 적었다.

📝 동양의 12율(十二律) ① 황종(黃鐘) ② 대려(大呂) ③ 태주(太簇) ④ 협종(夾鐘) ⑤ 고선(姑洗) ⑥ 중려(仲呂) ⑦ 유빈(蕤賓) ⑧ 임종(林鐘) ⑨ 이칙(夷則) ⑩ 남려(南呂) ⑪ 무역(無射) ⑫ 응종(應鐘) ※ 서양 12반음계와 1:1 대응됨 ※ 각 율은 황종(기준음)으로부터 일정한 비율(3분소익법)으로 파생됨

지후의 손이 멈추었다.

"3분소익법?"

"중국 고대의 음정 계산법이야. 대나무 관의 길이를 3분의 1씩 늘리거나 줄여서 12개의 음을 만드는 거지. 대나무 관이 짧을수록 소리가 높고, 길수록 낮아."

"그럼 12율의 대나무 관 길이를 알면, 각 음의 주파수를 계산할 수 있어요?"

할머니가 웃었다.

"물론이지. 관의 길이가 주파수를 결정하니까. 관이 짧으면 주파수가 높고, 길면 낮아."

"주파수…… Hz?"

"그래. 지후야, 너 주파수가 뭔지 알지?"

"1초당 진동 수요. 진동이 빠를수록 소리가 높아요."

"정확해. 도(C4)는 약 261.63Hz. 라(A4)는 440Hz. 이렇게 정해져 있지."

그때 NOVA가 리허설을 끝내고 다가왔다. 이어폰을 목에 걸고, 물을 마시며 물었다.

"뭐 하고 있어?"

"12율 배우고 있어요."

NOVA가 관심을 보였다.

"12율? 나도 그거 알아. 작곡할 때 오중음계(pentatonic scale) 쓰는데, 거기서 파생된 거거든."

"오중음계요?" 지원이 끼어들었다.

"응. 12음 중에서 5개만 고른 거야. 미, 파, 솔, 도, 레. 이 5개로만 노래를 만들어도 다 들린다니까. K-Pop에서도 엄청 많이 써."

"진짜요? NOVA 노래도요?"

"당연하지. 'Starlight' 후렴이 오중음계야."

지원이 헉했다. 자기가 매일 듣는 노래가 1,400년 전 첨성대와 같은 음악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니.

"와…… 그럼 첨성대의 12정자석은 12율을 나타내고, 그 12율에서 K-Pop까지 이어진다는 거예요?"

NOVA가 미소 지었다.

"음악은 끊어지지 않아. 1,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듣고 싶은 소리는 같아."

지후가 노트에 적었다.

📝 단서 정리 12 정자석 = 12율 = 12반음계 27층 = 2옥타브(24) + 쉼표(3) 362 돌 = 1년(365) - 관측 불가일(3) 3 = 빠진 돌, 쉼표, 관측 불가일 ☆ → ♪ : 별 = 음표

이 장의 음악·역사 상식

12율(十二律): 중국과 한국의 고대 음악 이론에서 사용된 12개의 기본 음률입니다. 기원전 7세기경 중국 주나라에서 확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황종(黃鐘)을 기준으로 3분소익법(三分損益法)이라는 계산법으로 나머지 11개의 음을 도출합니다. 대나무 관의 길이를 3분의 1 줄이면 완전5도 위의 음이, 3분의 1 늘리면 완전4도 아래의 음이 됩니다.

오중음계(pentatonic scale): 12음 중 5개의 음(도, 레, 미, 솔, 라)만 사용하는 음계입니다. 동서양의 민요, 블루스, 록, K-Pop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불협화음'이 없기 때문에 누가 연주해도 듣기 좋은 특징이 있습니다.

✏️ 확인해보자
NOVA의 'Starlight' 후렴이 사용한 음계는? (이 음계는 K-Pop에서도 아주 많이 쓰인답니다!)
제5장
천체의 음악
밤하늘의 달
밤하늘의 달과 별 — 첨성대에서 관측하던 신라인들의 하늘. 천체의 음악은 이 별들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소리

그날 오후, 최별님 할머니가 지후와 지원, NOVA를 자신의 연구실로 초대했다.

첨성대에서 도보 5분. 경주 시내의 작은 건물 2층이었다. '경주 천문역사 연구소'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방 안에는 오래된 천문 도구, 별자리 지도, 그리고 — 한 대의 오래된 피아노가 있었다.

"피아노가 여기 왜 있어요?" 지원이 물었다.

할머니가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별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

할머니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건반을 눌렀다. 낮은 도(C4) — 261.63Hz의 진동이 방에 퍼졌다.

"이건 도야. 1초에 261.63번 진동하는 소리. 그럼……"

할머니가 건반을 한 옥타브 위로 눌렀다. 높은 도(C5).

"이건 523.25Hz. 정확히 2배. 한 옥타브 위는 주파수가 2배야."

지후가 끄덕였다.

"그러니까 옥타브는 2배수 관계군요."

"맞아. 그리고 완전5도는 3:2. 솔(G4)은 392Hz, 도(C4)는 261.63Hz. 비율을 계산해봐."

지후가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392 나누기 261.63는…… 1.498. 거의 1.5, 즉 3:2."

"정확해. 이게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거야. 음정은 주파수의 '비율'이야. 아름다운 화음은 단순한 정수비율에서 나와."

NOVA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행성도? 행성의 궤도 비율이 음정이 된다?"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걸린 포스터를 가리켰다.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 반지름이 그려져 있었다.

"피타고라스 학파는 행성 사이의 궤도 간격이 음정 비율(2:1, 3:2, 4:3)을 이룬다고 믿었어. 금성과 지구의 궤도 비율, 지구와 화성의 비율…… 이게 우연의 일치일까?"

"진짜 그래요?" 지원이 놀라 물었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려. 행성 궤도는 정확한 음정 비율은 아니야. 하지만 별 자체는 진동해. 별이 맥동하면서 표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 그 주기를 측정하면 주파수가 나와."

할머니가 노트북을 열었다. 소리 분석 프로그램이 떴다. 그리고 파일을 하나 재생했다.

낮고 묵직한 웅웅거리는 소리. 마치 큰 종을 울린 것 같은 울림. 그리고 그 위에 가느다란 떨림.

"이건 태양의 소리야."

지원의 눈이 커졌다.

"태양이…… 소리를 내요?"

"태양 표면의 가스가 끓어오르면서 진동해. 그 진동 주파수를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역으로 올리면 이런 소리가 돼. 물론 실제로는 너무 낮아서(0.003Hz) 사람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NOVA가 입을 열었다.

"……이거, 진짜 음악처럼 들려."

"그렇지? 우주에는 소리가 없다고들 하지만, 별 안에서는 진동이 있어. 그 진동이 곧 별의 노래야."

할머니가 지후를 바라봤다.

"자, 이제 질문 하나. 첨성대의 27층을 음계로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지후가 잠시 생각했다.

"각 층에 음을 배정하는 규칙. 12율을 2옥타브로 배열하면 24음. 거기에 쉼표 3개. 그리고 각 층의 돌 수로 박자를 정하고……"

"그럼 멜로디가 나오겠네."

지후가 노트를 꺼내 빠르게 적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미소 지으며 피아노 건반을 가리켰다.

"계산이 끝나면, 피아노로 쳐보렴."

NOVA가 지원에게 속삭였다.

"네 동생, 진짜 대단하다."

지원은 가슴이 벅찼다. NOVA가 지후를 칭찬하는 것도, 첨성대가 음악을 숨기고 있다는 것도, 전부 꿈만 같았다.


이 장의 과학 상식

음정과 주파수: 음악에서 음정(간격)은 주파수의 비율로 정의됩니다. 한 옥타브는 2:1, 완전5도는 3:2, 완전4도는 4:3입니다. 이 비율은 피타고라스가 처음 발견했으며, 현대 음악의 평균율(12등분)과 달리 순정율(just intonation)이라 불립니다.

태양의 진동(helioseismology): 태양 표면의 대류가 만드는 진동은 약 5분 주기(0.003Hz)입니다. SOHO 위성 등을 통해 관측되며, 이 진동을 분석하면 태양 내부 구조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주파수를 약 28,000배 올리면(0.003Hz × 28,000 ≈ 84Hz)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음역대가 됩니다.

🧮 주파수 퀴즈
도(C4)가 261.63Hz라면, 한 옥타브 위의 도(C5)는 주파수가 몇 Hz일까요?
💡 옥타브 = 주파수의 2배! 완전5도는 3:2, 완전4도는 4:3 비율이에요.
제6장
첫 번째 멜로디

지후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노트에는 빼곡한 숫자와 계산식이 적혀 있었다. 몬도감에서 레이드 보스의 약점을 분석하듯, 첨성대의 구조를 하나하나 해체해 놓았다.

할머니가 옆에서 지켜봤다. 지원과 NOVA도 뒤에 서 있었다.

"정리하면 이렇게 돼요."

지후가 노트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첨성대 27층 중에서 1층부터 24층까지는 12율을 2옥타브로 배열한 거예요. 1~12층은 첫 번째 옥타브, 13~24층은 두 번째 옥타브. 그리고 25, 26, 27층은 쉼표."

"각 층에 음을 어떻게 배정했어?" 할머니가 물었다.

"12율의 순서대로요. 1층 = 황종(도), 2층 = 대려(도#), 3층 = 태주(레)…… 이런 식으로. 13층부터는 한 옥타브 위의 같은 음이에요."

NOVA가 끄덕였다.

"그럼 1층부터 24층까지 순서대로 치면 멜로디가 되는 거야?"

"그렇진 않아요."

지후가 고개를 저었다.

"24음을 순서대로 치면 그건 음계 연습일 뿐이에요. 멜로디가 되려면 어떤 음을 치고, 어떤 음을 안 칠지 정하는 규칙이 필요해요."

"그 규칙은?"

"돌 수예요. 각 층마다 돌 수가 다르잖아요. 돌이 많은 층은 길게, 적은 층은 짧게. 그리고……"

지후가 잠시 멈추더니, 지원을 봤다.

"누나, 첨성대에 창이 몇 개 있어?"

"음…… 남북으로 뚫린 창이 하나. 정사각형 창."

"그 창이 몇 층에 있어?"

지원이 첨성대 사진을 스마트폰에서 확인했다. 창은 탑신의 중간, 13~16층 부근에 위치해 있었다.

"13층에서 16층 사이."

"13층. 첫 번째 옥타브가 끝나고 두 번째 옥타브가 시작되는 곳. 창이 있는 층은 음악에서 '전조(key change)'가 일어나는 지점이에요."

NOVA가 숨을 들이켰다.

"전조…… 옥타브가 바뀌는 곳에 창을 뚫었다?"

"창을 통해 남쪽 하늘의 별을 봤잖아요. 첫 번째 옥타브의 별자리에서 두 번째 옥타브의 별자리로 넘어가는 관측의 '문'이에요. 음악으로 치면 조바꿈이 일어나는 곳."

지원이 소리쳤다.

"와, 진짜?! K-Pop에서도 후렴 들어가기 전에 음이 확 올라가는 거 있잖아! 그런 거?!"

NOVA가 웃었다.

"응. 'Starlight' 2절 후렴에서 한 옥타브 올라가. 작곡가들이 그걸 '드롭(drop)' 혹은 '고조(build-up)'라고 불러."

지후가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렸다. 떨렸다.

"그럼…… 쳐볼게요."

지후가 첫 번째 음을 눌렀다. 황종. 도(C4). 낮고 부드러운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지후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움직였다. 계산한 대로, 각 층에 배정된 음을 박자에 맞춰 눌렀다. 어떤 음은 길게, 어떤 음은 짧게. 12층까지 첫 번째 옥타브를 지나고——

13층. 창이 있는 층. 전조.

음이 한 옥타브 올라갔다.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지원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NOVA는 눈을 감고 있었다. 자신이 찾던 것이 이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24층까지 치고 나서——

쉼표. 25, 26, 27.

세 박자의 침묵.

방 안이 조용해졌다. 피아노의 울림이 서서히 사라졌다.

"……이거야."

NOVA가 눈을 떴다. 눈에 물기가 비쳤다.

"1,400년 전의 노래. 별이 만든 멜로디."


✦ 첨성대의 멜로디 ✦
위 ▶ 버튼을 직접 누르면 확실히 들려요! 🔊

이 장의 음악 상식

전조(key change): 곡 중간에 조(음계의 기준음)를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후렴이나 2절에서 한 옥타브 올리는 것은 K-Pop, 팝, 록 등 다양한 장르에서 청중의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멜로디를 높이면 청취자는 '더 큰 감동'을 느낍니다.

쉼표(rest): 음악에서 소리를 내지 않는 구간입니다. 쉼표가 있어야 멜로디에 '여운'이 생기고, 다음 음의 시작이 더 강렬해집니다. 모차르트는 "음악은 음표 사이의 침묵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7장
사라진 3개의 돌

그날 밤.

NOVA는 지후가 해독한 멜로디를 수첩에 악보로 옮기고 있었다. 지원은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녹음하며, 멜로디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최별님 할머니는 지후와 함께 앉아 있었다. 노트 앞에 '3'이라는 숫자를 크게 적어놓고.

"지후야, 아직 풀지 못한 게 있어."

"뭐요?"

"3개의 빠진 돌. 우리는 27층 중 3개가 쉼표라고 했지. 하지만 362개 돌에서 3개가 모자란다는 건, 다른 의미일 수도 있어."

"다른 의미?"

할머니가 노트를 꺼냈다. 오래된 연구 기록이었다.

"내가 30년 전에 연구한 건데, 학회에서 인정해주지 않은 가설이야."

할머니가 노트를 펼쳤다. 거기에는 첨성대의 단면도가 그려져 있었다. 27층의 돌 배치를 위에서 본 그림.

"첨성대는 원통형이야. 각 층의 돌들이 원을 이루며 쌓여 있지. 원 안의 돌 수를 세면……"

할머니가 숫자를 가리켰다.

📝 최별님의 연구 노트 (미발표) 기단부 1층: 방형, 각 변 4석 = 12 + 모서리 4 = 16석 탑신부 3~5층: 각 층 약 20석 중간부 13~16층: 정자창 (창 주변 석재 배치) 상부 25~27층: 정자석 영역 ★ 핵심 발견: 12층과 13층 사이에 "빈 홈(groove)" 3개가 확인됨. → 석재가 빠져나간 자리가 아님. → 처음부터 비워둔 "슬롯(slot)"

"슬롯?" 지후가 물었다.

"처음부터 돌을 넣지 않은 자리야. 건축적으로 보면, 그 슬롯은 무언가를 '끼우기 위한' 자리야."

"뭘 끼운다는 거예요?"

할머니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했다.

"대나무 관."

지후의 눈이 커졌다.

"12율의…… 대나무 관?!"

"응. 3분소익법에서 대나무 관을 썼다고 했지? 황종, 임종, 태주…… 이 세 개의 율이 3분소익법의 '시작 음'이야. 황종에서 임종(완전5도 위), 임종에서 태주(완전5도 위). 이 세 음이 12율 전체를 만들어내는 '씨앗'이야."

"생성음(generative tones)……!"

"맞아. 3개의 빈 슬롯은 이 3개의 '씨앗 음'을 나타내는 대나무 관이 꽂혀 있던 자리야. 첨성대는 단순히 돌탑이 아니라——"

할머니가 첨성대를 올려다봤다.

"돌로 만든 '악기'야."

방 안이 조용해졌다. NOVA가 악보를 내려놓고 다가왔다.

"돌로 만든 악기라니…… 공명기(resonator)라는 거야?"

"그래. 돌탑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공명통이야. 바람이 창을 통해 들어오면, 돌 사이의 빈 공간에서 울려. 3개의 슬롯에 대나무 관이 꽂혀 있었다면, 바람이 관을 지나면서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냈을 거야."

"풍령 같은?" 지원이 물었다.

"더 정교한 거지. 풍령은 우연한 소리를 내지만, 대나무 관의 길이를 정확히 계산하면 원하는 주파수를 낼 수 있어. 바람이 불면 첨성대가——"

할머니가 말을 끝냈다.

"노래를 했을 거야."

지원의 입이 벌어졌다. 1,400년 전, 바람이 불 때마다 첨성대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니.

"그 대나무 관은 지금 어디 있어요?" 지후가 물었다.

"모르겠어. 1,400년이면 대나무는 썩어서 사라졌을 거야. 하지만 슬롯 자국은 남아 있지. 내가 직접 확인했어."

지후가 노트에 적었다. 지원이 옆에서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와…… 이거 진짜 영화 같다."

NOVA가 말했다.

"영화보다 더 진짜지."


이 장의 과학·음악 상식

공명(resonance): 물체가 특정 주파수의 진동을 만났을 때, 같은 주파수로 강하게 진동하는 현상입니다. 돌탑, 대나무 관, 심지어 다리도 고유의 공명 주파수를 가집니다. 악기의 울림통(공명통)은 이 원리를 이용해 소리를 증폭합니다.

풍각(風鐸) 문화: 한국 전통 건축에서 처마에 작은 종을 달아 바람에 소리를 내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절이나 궁궐의 처마에 달린 풍령은 악귀를 쫓는 의미도 있었지만,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감지하는 실용적 기능도 있었습니다. 첨성대에 대나무 관이 있었다면, 일종의 '천문용 풍각'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단서
최별님 할머니가 발견한 12층과 13층 사이의 '3개의 빈 슬롯' — 이곳에 원래 무엇이 꽂혀 있었다고 추측했나요?
제8장
Star Song

촬영 마지막 날 아침.

NOVA는 지후가 해독한 첨성대 멜로디를 바탕으로 신곡을 완성했다. 제목은 'Star Song (별의 노래)'.

"틀어볼게."

NOVA가 노트북에서 데모 트랙을 재생했다. 방 안에 음악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낮고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었다. 지후가 계산한 첨성대의 첫 번째 옥타브. 황종(도)에서 시작해 12율을 따라 올라가는 멜로디. 거기에 NOVA의 목소리가 얹혔다.

별빛이 내린다, 돌 위에 — / 1,400년의 침묵을 깨고 — / 네가 남긴 숫자가 노래가 되어 — / 다시, 하늘로……

그리고 13번째 마디. 전조. 한 옥타브가 올라갔다. 비트가 들어왔다. 일렉트릭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겹겹이 쌓이며, K-Pop 특유의 강렬한 드롭이 터졌다.

지원의 입이 벌어졌다.

"이거…… 미쳤다."

"첨성대 멜로디가 후렴에 그대로 들어가 있어?"

NOVA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렴 멜로디를 지후가 찾은 음계로 만들었어. 12율의 오중음계 버전이야. 도, 레, 미, 솔, 라 — 첨성대의 5개 핵심 층에서 뽑은 음이야."

지원은 눈을 감고 들었다. NOVA의 목소리. 첨성대의 멜로디. 1,400년 전 신라의 천문학자가 돌에 새겨놓은 음악이, 2026년 K-Pop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음악이 끝났다. 3박자의 쉼표. 그리고 서서히 페이드아웃.

방 안이 조용해졌다.

"……어때?"

NOVA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고야."

지원이 말했다.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진짜 최고야, NOVA. 이거…… 사람들이 들으면 울겠다."

지후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학적으로도 완벽해요. 오중음계는 불협화음이 없으니까, 누가 들어도 좋은 거예요. 1,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최별님 할머니가 피아노 옆에 앉아 미소 짓고 있었다. 30년간 묻혀있던 연구가 음악이 되어 울려 퍼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신라의 천문학자들도 이렇게 들었을까?"

NOVA가 물었다.

"아마 그랬겠지. 바람이 불고, 대나무 관이 울리고…… 별이 뜨는 밤에."

할머니가 창밖을 바라봤다. 경주의 아침 햇살이 첨성대를 비추고 있었다.


이 장의 음악 상식

오중음계와 K-Pop: 한국 대중음악의 상당수가 오중음계(도, 레, 미, 솔, 라)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5개의 음을 어떤 순서로 배열해도 불협화음이 나지 않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멜로디를 만들기 쉽고 대중이 듣기도 편합니다. 이는 한국 전통 음악(국악)의 경토(京調) 선법과도 같은 뿌리를 가집니다.

음악과 감정: 음악이 감정을 자극하는 이유는 뇌의 도파민 분비 때문입니다. 특히 멜로디가 '예상을 벗어나면서도 아름다운' 음정으로 이동할 때(예: 전조, 고음), 뇌는 보상 회로를 활성화하여 쾌감을 느낍니다. 이것이 후렴에서 음이 올라갈 때 '소름'이 돋는 이유입니다.

제9장
마지막 밤의 관측
밤의 첨성대
밤의 첨성대 — 촬영 마지막 날 밤. NOVA의 팀이 첨성대 야경을 배경으로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 마지막 날 밤.

NOVA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마지막 장면은 첨성대 야경을 배경으로 한 NOVA의 실연 씬이었다.

지원은 스태프 옆에서 모니터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고, 아빠 현우는 보조 카메라로 첨성대의 야경을 찍고 있었다.

지후는 최별님 할머니와 함께 첨성대 옆 잔디밭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할머니."

"응?"

"첨성대에서 실제로 별을 관측하려면, 어떻게 했어요?"

할머니가 첨성대를 올려다봤다.

"관측자가 첨성대 안으로 들어갔어. 남쪽 창을 통해 남중하는 별(정남에 오는 별)을 관측하고, 정상의 정자석 사이로 북극성을 봤지."

"남중하는 별이 뭐예요?"

"별이 남쪽 하늘에서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를 말해. 그때 별의 고도(높이)를 측정해서, 그 별이 어떤 별자리인지, 1년 중 언제인지 알 수 있어."

"고도를 어떻게 측정해요?"

"간단해. 첨성대의 창 높이와 별까지의 각도를 이용하는 거야. 창 상단과 별을 일직선으로 맞추면, 그 각도가 별의 고도야."

지후가 노트에 삼각형을 그렸다.

"그러니까 첨성대 창이 일종의 각도기 역할을 한 거네요."

"정확해. 창의 너비, 높이, 관측자의 눈 위치…… 이 세 가지만 알면 별의 고도를 계산할 수 있어."

지후가 첨성대를 다시 올려다봤다. 9미터 높이의 돌탑. 그 안에 숨겨진 각도기, 음악, 그리고 1년의 달력.

"할머니,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뭐?"

"왜 하필 27층이에요? 12율 × 2옥타브 + 3쉼표라는 건 저도 알겠는데…… 신라 사람들이 12율을 알고 있었을까요?"

할머니가 잠시 생각했다.

"직접적으로 12율을 알았다는 기록은 없어. 하지만 신라는 당나라와 활발히 교류했어. 당나라의 음악 이론이 신라에 전해졌을 가능성은 충분하지.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뭐요?"

"27이라는 숫자는 인도 불교에서도 중요해. 27수(宿)라고 해서, 달이 하늘을 지나는 27개의 별자리 구역을 말해. 신라는 불교 국가였어. 첨성대의 27층은 음악적 해석뿐 아니라, 천문학적·불교적 의미도 겹쳐 있을 수 있어."

지후의 눈이 빛났다.

"하나의 숫자에 여러 의미가 겹쳐 있다……"

"그래. 역사는 단순하지 않아. 하나의 답만 있는 게 아니야. 여러 해석이 공존하고, 그게 역사를 더 아름답게 만들지."

그때, 촬영이 끝난 NOVA가 다가왔다. 웃옷을 걸치고,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뭐 이야기해?"

"27의 의미요."

NOVA가 잔디밭에 앉았다. 세 사람이 나란히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27…… 내 나이도 22고, 데뷔 3년이야. 27은 아직 먼 숫자인데."

"NOVA 씨 27 되면 뭘 할 거예요?" 지원이 물었다.

NOVA가 하늘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 노래를 부르고 있겠지. 'Star Song'. 첨성대에서 찾은 멜로디."

별이 쏟아지는 경주의 밤. 첨성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 장의 과학·역사 상식

별의 남중(南中): 별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질 때, 정남 방향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는 지점을 '남중'이라고 합니다. 천문학에서 남중 고도를 측정하면 관측자의 위도를 알 수 있고, 특정 별이 남중하는 시각을 기록하면 1년의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28수(宿) vs 27수: 고대 인도 천문학에서는 달이 지나는 별자리 구역을 27개(또는 28개)로 나누었습니다. 이 '나크샤트라(Nakshatra)' 체계는 불교와 함께 동아시아로 전해졌으며, 한국 전통 천문학의 28수(二十八宿)와 유사합니다. 첨성대 27층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학설이 분분합니다.

🏆 종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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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별에게 답장하다

촬영이 모두 끝났다.

다음 날 아침, NOVA의 팀이 경주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첨성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원, 지후, 아빠, 할머니, 그리고 NOVA. 다섯 명이 첨성대를 배경으로 서 있었다.

NOVA가 지원에게 다가왔다.

"지원아."

"네?"

"'Star Song' 발매하면, 네가 제일 먼저 들어줘. 알았지?"

지원의 눈이 커졌다.

"진…… 진짜요?"

NOVA가 미소 지으며 수첩에서 무언가를 찢어 건넸다. 코드가 적힌 종이였다.

"이건 'Star Song'의 비공개 미리듣기 코드야. 발매 3일 전에 들을 수 있어."

지원은 울 뻔했다. 손이 떨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NOVA……"

NOVA가 지후에게도 말했다.

"지후야."

"네."

"너 없었으면 이 노래 못 만들었어. 네가 찾은 멜로디가 이 곡의 심장이야."

지후가 고개를 숙였다. 귀가 빨개졌다.

"저는 그냥 숫자 세기만 한 건데요."

"숫자를 세는 게 세상을 바꾸기도 해."

NOVA가 할머니에게도 인사했다.

"최별님 선생님. 선생님의 연구가 이 곡의 뿌리예요. 발매할 때 라이너 노트에 꼭 기재할게요."

할머니가 웃었다. 30년간 묻혀있던 연구가 드디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고마워, NOVA. 내 연구가 틀렸든 맞았든, 누군가에게 영감을 줬다는 것만으로 충분해."


NOVA의 팀이 버스에 올라탔다. 지원은 떠나는 버스를 손 흔들며 배웅했다. 지후는 노트를 가방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별 = 음표…… 신기하다."

아빠 현우가 아이들의 어깨를 감쌌다.

"가자. 마지막으로 첨성대 한 바퀴 돌고, 민박집으로 가자."

세 사람은 첨성대를 천천히 걸었다. 아침 햇살이 돌탑을 비추고 있었다.

지원이 첨성대의 창을 올려다봤다. 남북으로 뚫린 정사각형 창. 바람이 창을 통해 불어왔다.

그리고 — 찰나의 순간.

바람 소리 속에서, 지원은 무언가를 들었다. 아주 미세한, 아주 낮은 소리. 돌 사이를 지나는 바람이 만드는 웅웅거림. 마치——

멜로디 같은 것.

"……지후야."

"응?"

"바람 소리, 들어봐."

지후도 귀를 기울였다. 바람이 첨성대의 창을 통과하며, 돌 사이에서 울렸다. 낮고 긴 공명.

"이거…… 공명 소리잖아."

"첨성대가…… 노래하는 거 아닐까?"

지후가 미소 지었다. 대나무 관은 없어졌어도, 돌은 여전히 바람에 반응하고 있었다. 1,400년이 지난 지금도.

지원은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NOVA의 'Starlight'. 그리고 첨성대의 바람 소리. 두 음악이 겹쳤다.

1,400년 전과 지금. 돌과 노래. 별과 음표.

지원은 눈을 감고 미소 지었다.

"별이 노래하고 있어."


이 장의 과학 상식

풍동(風洞) 효과: 건축물에 바람이 통과하는 구조(터널, 창문, 틈새)가 있으면, 공기의 흐름이 좁아지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진동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바람 소리를 만드는 원리입니다. 첨성대의 남북 창은 바람이 자연스럽게 통과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돌탑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바람악기' 역할을 합니다.

기문(氣紋) 연구: 현대 건축학에서는 CFD(전산유체역학)를 사용해 건물 주변의 바람 흐름을 시뮬레이션합니다. 첨성대 같은 원통형 구조는 바람 저항이 적고, 내부 통풍이 원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신라 건축가들이 의도적으로 통풍 구조를 설계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에필로그
별의 노래는 끝나지 않는다

3개월 후.

NOVA의 신곡 'Star Song'이 발매되었다. 멜론 1위. 뮤직비디오 5천만 뷰. 음악 방송 3관왕.

지원은 발매 당일 새벽 0시에 일어나, 비공개 코드로 미리 듣고, 학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이거 내가 만드는 데 도움줬거든?" 물론 아무도 안 믿었지만.

지후는 학교 과학 시간에 '나의 여름 방학'이라는 주제로 첨성대 발표를 했다. 12율, 3분소익법, 천체의 음악…… 선생님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발표 점수 만점.

최별님 할머니는 NOVA의 라이너 노트에 이름이 실린 뒤, 경주 천문역사 학회에서 재조명받았다. 30년 전의 가설이 '흥미로운 관점'으로 인정받았다. 확정적 결론은 아니지만, 더 이상 무시당하지는 않았다.

아빠 현우는 첨성대에서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별이 노래하는 탑'이라는 제목이었다. 첨성대의 돌, 창, 바람, 그리고 밤하늘의 별. 사진 속에 음악이 보였다.


그리고 가을.

가족은 다시 경주에 갔다. 이번에는 어머니 김화정도 함께.

첨성대 앞에 서서, 지원은 이어폰을 끼고 'Star Song'을 들었다. 지후는 노트를 꺼내 첨성대의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362. 여전히 27층. 여전히 12 정자석. 스마트폰의 몬도감 앱에는 새 몬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 No.387 '별소리'. 타입: 빛. 발견 장소: 첨성대.

하지만 이번에는 — 가을 바람이 달랐다.

여름보다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 그 바람이 첨성대의 창을 통과할 때, 여름과는 다른 소리를 냈다. 조금 더 높고, 조금 더 날카로운 음.

"지후야, 계절마다 소리가 달라?"

"당연하지. 바람의 온도와 슝도가 다르니까. 공기의 밀도가 바뀌면 주파수도 바뀌어."

"그럼 첨성대는 계절마다 다른 노래를 부르는 거네?"

"응.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곡."

지원이 미소 지었다. 첨성대는 1년에 네 번, 노래를 바꾼다. 1,400년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어머니 화정이 첨성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1,400년 전에도 누군가 이렇게 서서 바람 소리를 들었겠지."

아빠가 사진을 찍었다. 가족 네 명이 첨성대 앞에 서 있는 사진. 지원은 NOVA의 'Star Song'을 흥얼거렸고, 지후는 하늘의 별을 세고 있었다.

첨성대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362개의 돌. 27층의 음계. 12개의 정자석. 그리고 바람.

1,400년 전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단지 우리가 듣는 법을 몰랐을 뿐.

이제 지원과 지후는 안다. 별이 노래한다는 것을. 돌이 악보라는 것을. 그리고 음악은 시간을 넘는다는 것을.

첨성대의 비밀은, 비밀이 아니었다. 다른 이름의 음악이었을 뿐.


✦ 첨성대의 멜로디 ✦
위 ▶ 버튼을 직접 누르면 확실히 들려요! 🔊

마지막 과학 노트

음악과 수학의 만남: 이 이야기에서 다룬 첨성대의 음악적 해석은 픽션입니다.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과학적 사실 — 피타고라스의 음정 비율, 12율의 3분소익법, 별의 진동, 공명 현상, 바람의 소리 — 은 모두 실제 과학입니다.

천문학과 음악의 연결: 현대 천문학에서 '성진(星震)학(asteroseismology)'은 실제로 별의 진동을 연구합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수천 개의 별의 진동 주파수를 관측했습니다. 이 주파수를 음역대로 변환하면, 정말로 '별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우주는 침묵이 아닌, 우리가 아직 다 듣지 못한 교향곡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음에 경주에 가면, 첨성대 앞에서 눈을 감고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혹시 들릴지도 모릅니다. 1,400년 전의 선율이.